
처음 철봉에 매달렸을 때는 3초도 버티지 못했다. 팔은 후들거렸고, 어깨는 금방 타들어 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내일은 조금 더 오래 버텨야지’라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작은 실패가 오히려 새로운 목표가 되어주었고, 그게 맨몸운동을 계속 이어오게 된 계기였다.
바브라더스식 훈련을 접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단순히 근육을 키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자기 몸을 도구 삼아 스스로를 극복하는 과정이라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 푸쉬업, 풀업, 딥스 같은 기본 동작이지만, 그 안에 담긴 집중과 호흡, 리듬이 내 생활 전체에도 영향을 주었다. 규칙적인 훈련을 하다 보니 일상에서의 태도도 달라지고, 작은 습관 하나가 쌓여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운동 기록을 남기면서 흥미로운 점은, 같은 동작을 반복해도 매번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이다. 어떤 날은 몸이 무겁게 느껴져서 “오늘은 왜 이렇게 힘들지?” 하고 돌아보게 되고, 또 어떤 날은 뜻밖에 가볍게 올라가면서 “아, 지난주 꾸준함이 드디어 결과로 이어졌구나” 하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 과정에서 몸의 변화뿐 아니라 생각의 흐름도 기록하게 되었다.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맨몸운동은 단조롭지 않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반대다. 같은 푸쉬업도 손 위치나 리듬, 호흡을 달리하면 전혀 다른 운동이 된다.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루할 틈이 없고, 오히려 매일 조금씩 다른 도전을 설계하는 재미가 있다. 이런 다양성이 꾸준히 훈련을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물론 좌절의 순간도 많았다. 풀업 개수가 늘지 않던 시기에는 “내가 한계를 만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그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무조건 더 많은 반복을 쌓는 게 아니라, 충분한 휴식과 올바른 자세를 되찾는 것. 그때 알게 된 건 몸은 솔직하다는 사실이다. 무리하면 바로 반응하고, 균형을 맞추면 조금 늦더라도 결과를 보여준다. 이 깨달음은 운동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깊게 스며들었다.
결국 맨몸운동은 내게 ‘꾸준함의 가치’를 일깨워 준 여정이었다. 화려한 장비도, 거창한 목표도 필요 없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철봉에 매달리고, 바닥에 손을 짚는 단순한 행동 속에서 스스로와의 대화를 이어왔다. 몸을 통해 배운 건 단순히 근력의 성장이 아니라, 작은 습관의 누적이 삶 전체를 바꾼다는 사실이었다.
앞으로도 형제들의 운동 노트에서는 이러한 맨몸운동의 실제 경험과 작은 기록들을 차곡차곡 쌓아갈 예정이다. 언젠가 이 노트가 누군가에게 새로운 출발의 동기나 실질적인 운동 가이드가 된다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성취가 될 것이라 믿는다.
– 정민수 트레이너